인물은 이렇게 말했다. 인물은 이렇게 말했다.

카를 폰 테르자기는 이렇게 말했다.
“모래 위에 쌓은 성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글. 조선해양공학과 3 김태훈 편집. 기계공학부 4 정윤종
여러분들 모두 한 번쯤은 젠가나 블록을 쌓아보신 경험이 있을 겁니다. 꼭 젠가나 블록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쌓아 올리다 보면,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평평하고 단단한 바닥이 쌓는 기술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실제 건물을 짓는 데 있어, 지반에 지질학적 지식을 적용하는 지질 공학은 건축 기술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20년대 이전까지 지질 공학의 발전은 매우 더뎠습니다. 지질 공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카를 폰 테르자기가 1925년 ‘Erdbaumechanik auf Bodenphysikalischer Grundlage (토양의 물리학에 기반한 토질역학, 이하 Erdbaumechanik)’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테르자기는 경험과 직감만에 의존해 토목공사가 이루어지는 당시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책의 서론에 다음과 같은 글을 적었습니다.

 

“오늘날 토목공사 실무에 있어서 토목공사 설계사의 지식은, 공업 역학이 과학의 한 분야로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교량 설계사가 교량 건설에 대해 알고 있던 지식에서 거의 발전한 바가 없다.”

- 카를 폰 테르자기, <Erdbaumechanik> 중에서
그림 1. 카를 폰 테르자기

테르자기가 1925년에 ‘Erdbaumechanik’을 발간하면서 지반에 작용하는 힘에 대해 연구하는 토질 역학을 새로운 학문으로써 개척하였고, 이후 지질 공학의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과연 테르자기는 이 책을 통해 어떠한 지질 공학 이론을 새로이 주장했던 것일까요? 함께 알아봅시다!

 


건축물이 세워진 지반의 흙은 중력에 의해 아래 방향의 힘을 받게 됩니다. 이를 지지하기 위해서 흙을 밀어내는 중력 반대 방향의 응력 이 필요한데 이를 전응력이라고 합니다. 이때 흙은 물, 공기(공극)와 흙 입자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전응력을 물에 가해지는 응력인 간극수압, 공기에 가해지는 간극 공기압, 흙 입자에 가해지는 유효응력, 세 응력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만약 공기압이 대기압과 같다고 가정한다면 두 압력은 평형을 이루어 공기압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σ = σ' + x ∙ u

(σ∶ 전응력 ,σ'∶ 유효응력 ,x=(수압이 작용하는 면적)  ⁄   전체면적 ,u∶ 간극수압)

 

흙 내부가 공기 없이 물로 완전히 포화된 경우에는 x=1이 됩니다. 그 때 수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σ = σ' + u

흙 입자에 가해지는 유효응력이 동일할 때, 두 흙은 변형이나 강도 등 공학적 거동이 일치합니다. 흙에 하중을 가하거나 제거하는 동안 흙의 부피 변화가 없으면 유효응력은 변하지 않습니다. 유효응력이 증가한다면 흙의 전단강도 는 증가하고 부피는 감소하며, 반대로 유효응력이 감소한다면 흙의 전단강도는 감소하고 부피는 증가합니다.

 

수식은 간단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모르니까 긴가민가하지요? 예시를 통해 한번 알아봅시다!

1)재료 단면에 단위 면적 당 작용하는 힘.

2)흙에 가해지는 외력을 버틸 수 있는 최대의 힘이며, 외력이 전단강도를 넘어서면 흙의 구조변화(파괴)가 일어남.

그림 2. 하중이 가해지는 모래-점토-모래 지반

우리가 건축물을 지으려는 곳의 지반이 위 그림처럼 건조한 모래(sand)와 물로 포화된 점토(clay)가 차례로 쌓인 모래-점토-모래 지반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위에서 설명한 테르자기의 이론을 여기에 적용하면 건축 시에 어떠한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건축물에 의한 하중이 가해지기 전인 자연 상태에서는 점토가 물을 머금고 있으며 그때의 간극수압을 정수압이라고 합니다. 하중이 가해지기 시작하면 지반에는 일정한 전응력 σ가 작용합니다. 하중 작용 초기에는 간극수압 u가 증가해 전응력에 이르게 되며, 따라서 점토 속 물에는 정수압보다 큰 압력인 과잉 간극수압이 작용하여 물이 모래로 서서히 빠져나가게 됩니다. 쉽게 말해, 잔뜩 젖은 수건을 쥐어짜면 압력에 의해 수건이 머금고 있던 물이 짜내어지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죠. 그렇게 점토 속 물이 서서히 모래로 빠져나가게 되고 그에 따라 과잉 간극수압이 소산되며 점차 간극수압이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물이 모래로 모두 빠져나감에 따라 간극수압은 0으로 떨어지게 되고 유효응력과 전응력이 같아지게 됩니다. 점토층에서는 흙 입자가 모든 하중을 지지하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물이 위아래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흙이 천천히 압축되고 지반이 아래로 내려가는 침하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압밀'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점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건축물을 짓는다면 싱크홀이나 지반 침하로 인한 건축물의 붕괴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겠죠. 이처럼 압밀이 발생할 수 있는 지반에 건축물을 지을 때는 침하를 고려한 설계와 시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침하뿐만 아니라 유효응력이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흙의 강도가 변화하거나 성질이 변화하는 등 변성이 일어나지는 않는지도 고려해주어야 하지요.

그림 3.인천 2호선 도시철도 공사중 발생한 싱크홀

현대에 이르러 건축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구조물들이 고층화 및 대형화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뛰어난 건축기술도 필요하지만 그를 뒷받침해주는 지질 공학이 있기에 이러한 건축물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옛말 중 사상누각(沙上樓閣 - 모래 위에 세운 누각,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곧 무너지고 맘을 이르는 고사성어)이라는 말이 있지요. 테르자기의 등장 이전, 기술자의 경험과 직감에만 의존하던 토목 기술은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모래 위의 성과 같은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과학에 기반하여 지질 공학이라는 토목 기술의 단단한 이론적 기초를 마련한 카를 폰 테르자기는 ‘Erdbaumechanik’ 저술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지질 공학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여 100편이 넘는 논문을 집필하여 지질 공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지질 공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의 업적을 기려, 1960년 미국토목학회는 지질 공학 분야의 뛰어난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카를 테르자기 상(Karl Terzaghi Award)을 제정하기도 하였지요. 테르자기는 지질 공학의 대가답게 이런 말을 즐기지 않았을까요. “모래 위에 쌓은 성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자료출처
  • [1] 황선근. (2004). Karl Terzaghi의 발자취 3. 지반(한국지반공학회지), 20(3), 51-69.
  • [2] 황선근. (2004). Karl Terzaghi의 발자취 : 7. 터기에서 이룬 발전 (1922-1925). 지반(한국지반공학회지), 20(4), 50-71.
    Nature, www.nature.com/articles/143753c0?foxtrotcallback=true, Accessed 2021.04.23.,
그림출처
그림 2. Wikipedia, ko.wikipedia.org/wiki/%EC%95%95%EB%B0%80, Accessed 2021.04.25.
그림 3. 서울특별시,news.seoul.go.kr/safe/archives/26098, Accessed 2021.04.28.
그림 . ko.wikipedia.org/wiki/%EC%A7%80%EB%B0%98#%EC%9C%A0%ED%9A%A8%EC%9D%91%EB%A0%A5%EA%B3%BC_%EA%B3%B5%EA%B7%B9%EC%88%98%EC%95%95 , Accessed 2021.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