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속의 공대생 사회 속의 공대생

소리로 세상을 밝히는 공학자, 선한 기술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은 음성 연구자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이주헌 선배님’

글. 건설환경공학부 3 이광재 편집. 컴퓨터공학부 4 박준혁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어요. 이에 따라 다양한 관점을 통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융합과학의 역할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서울대학교 융합과학대학원 음악오디오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진행하고 계신 이주헌 선배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음악오디오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진행하고 있는 이주헌이라고 합니다. 저는 2013학년도에 자유전공학부에 입학을 해서 전기정보공학과 미학을 전공했습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는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석사·박사통합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음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기술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로 대학원에 진학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은 어떤 곳인가요?
A. 수원 광교에 있는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은 융합 학문을 추구하는 곳으로, 공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시대가 변해가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어요. 그래서 하나의 관점만으로는 문제를 풀어내기가 어려워지고 있죠. 때문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논의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은 이런 것들을 시도하며 세상의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 1.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Q.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음악오디오 연구실에서 어떤 일들을 하시나요?
A. 음악오디오 연구실에서는 소리를 만드는 것과 관련된 기술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소리를 듣는 것처럼 컴퓨터가 소리를 인식하는 방식,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한 뇌과학적인 분석 등 소리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다시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기술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그래서 기술적인 분야뿐만 아니라 음악, 심리학, 인문사회학 등 다양한 계열의 사람들이 모여 논의하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서 말했듯이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융합적인 사고를 하며 여러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문제들을 푸는 곳이라고 말했는데, 최근에는 무한정 범위를 넓히지 않고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요. 현재는 사람이 음성에 대해 이해하고 말하거나 노래하는 것처럼, 컴퓨터가 말하고 노래하게 하는 것을 인공지능을 통해 연구하고 있어요. 다시 말해 컴퓨터에게 악보와 가사를 줘서 사람이 노래하는 것처럼 노래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음악을 만들 때 악기나 목소리를 통해 악상을 구성하기 위해서 도구가 필요한데, 위와 같은 기술을 발전시켜 사람의 머리속에 있는 창조적 영감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입니다.
Q.대학교에서의 경험이 현재 일하고 있는 것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A.우선은 주 전공 학문인 전기정보공학을 선택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공대에서 배운 신호 및 시스템, 프로그래밍 등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배울 수 있었어요. 이뿐만 아니라 공과대학에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공학적인 관점을 갖출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큰 프레임워크까지 고려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에 대해 이해해야 했는데, 연구도 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 입출력과 방법을 정하고 진행이 잘 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학부 시절에 프로젝트를 통해 미리 해볼 수 있었어요. 학부 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미학에 대해 공부하며 기술 외적인 부분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미학은 제게도 굉장히 생소한 학문이었는데, 예술과 관련된 학문을 배워보고 싶어 공부하게 되었어요. 예술은 사람에게 중요한 문제인데, 예술이 어떻게 정의될 수 있고 사람들로 하여금 감정을 느끼게 하는지에 대한 논리적인 분석을 해보면서 기술 외적인 요소들을 생각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어요.
미학과 졸업논문으로 컴퓨터가 여러 작곡가들의 노래를 데이터로 분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있다면 컴퓨터가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보고 이해하는지에 대해 딥러닝 연구를 진행했어요. 이렇게 동떨어져 보이는 두 학문을 하나로 합쳐보는 것이 지금 연구를 할 때 다양한 관점을 가지는 데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Q.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를 졸업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융합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A. 고등학생 때부터 한 분야에 고집하지 말고 여러 분야를 통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했어요. 그 과정에서 아주 잘 할 수 있는 것과 그와 반대되는 것을 배웠을 때의 피드백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1학년 때는 심리학, 인지과학 협동과정의 뇌과학 등 다양한 수업을 들어봤어요. 그러면서 서로 다른 극에 있는 것들을 연결시켜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지금은 음악을 매개로 하여 이런 것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은 전기정보공학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신호가 되고, 미학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예술이 됩니다. 음악을 통해 두 학문을 연결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제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융합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연구직을 희망하는 독자들이 갖췄으면 하는 소양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A. 독자들에게는 문제를 구체화 하는 능력을 기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가 풀어야 하는 문제들은 간단하지 않아서 말이나 글로 풀어서 설명하기 어려워요. 주어진 상황이나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힘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든, 연구를 진행하든 중요한 것 같아요. 가능한 현재 상황을 간단하지만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에 더해 본인 스스로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봤으면 해요. 살아감에 따라 주변 환경이 변하고 자아도 변해가는데, 때로는 외부적인 요소 없이 스스로가 원하는 것들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해 더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는 노력들을 했으면 좋겠어요.
Q. 스타트업 창업 경험이 있으신데,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데에 있어서 현재와 어떤 점이 달랐나요?
A. 단순하게 이야기한다면 창업과정에서는 더 넓은 범위의 상황들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진행했던 가창합성연구를 말해보자면, 연구실에서는 악보를 입력했을 때 노래가 출력되는 것에 집중했는데, 창업 과정에서는 다른 것들을 더 고려해야 했어요. 실제로 기술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가동 시간, 세밀한 조작 시스템, 기술 접근성 등 이용자의 특성이 고려되어야 했죠. 3분짜리 노래를 만드는데 3분 이상이 걸리거나, 음악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수정하지 못한다거나, 가격이 비싸서 이용하기 부담스럽다면 기술이 실제로 이용되기는 어렵겠죠. 연구실에서의 연구도 행복하지만, 단순히 연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Q. 앞으로 선배님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A. 현재는 만족하며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어려운 문제를 찾고 푸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형태가 되었든 연구를 계속 하는 삶을 사는 것이 목표예요. 그 중에서도 음악오디오 관련 분야 연구를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쪽 분야로 나가고 싶어요.
최근에는 기술이 점차 발전해 나가는 것은 좋지만, 일부 결과들은 오히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요. 저는 단순히 더 멋진 기술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공대상상 독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요즘은 시대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미래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계획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돌이켜봤을 때 계획했던 것보다 예기치 않게 이어져 온 것들이 많았어요. 그렇게 모인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혹시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때문에 막막한 분들이 있다면 현재에 집중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순간적인 경험을 느끼고 기록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들 항상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