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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쇼

트루먼 쇼 속 거대 돔, 씨헤이븐의 현실화 가능성

글. 건설환경공학부 1 김기윤 편집. 원자핵공학과 3 이지현
그림 1. 트루먼 쇼 포스터 (네이버 영화, 트루먼 쇼, 1998.10.24)
공대상상 독자 여러분! 여러분은 혹시 자신의 삶이 거짓이고 짜인 대본이라고 의심해 보신 적이 있나요? 영화 ‘트루먼 쇼’는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가 거대한 세트장(씨헤이븐) 안에서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이 거짓이라는 것을 모른 채 24시간 내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세트장 밖의 시청자들에게 감시를 당하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빅 브라더, 종교와 대중매체, 미디어와 관련해서 관객들이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영화로 큰 울림을 주는 명작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실제로 안에서 착시를 일으키는 거대한 세트장이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나요?

오늘은 영화 트루먼 쇼를 보고 떠오르는 공대생의 몇 가지 의문점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림 2. 트루먼 쇼 속 거대 돔의 모습 (피터 위어, 영화 ‘트루먼 쇼’ 中)
첫 번째로 들었던 의문은 ‘과연 저렇게 큰 돔이 건축학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영화에서는 돔의 크기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기에, 우선 영화 속 등장한 돔의 모습을 바탕으로 돔의 크기를 대략적으로 추측해 보았습니다.

영화 안에서 등장한 돔의 모습은 다음과 같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지도와 비교하여 크기를 추정한 결과 무려 14,440m의 직경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림 3. 지도를 이용한 돔의 크기 추측 (피터 위어, 영화 ‘트루먼 쇼’ 中 / Google Maps)
이는 서울특별시 직경의 대략 절반 정도 되는 크기죠. 현존하는 가장 큰 돔 건축물이 싱가포르 국립 경기장으로 310m의 직경을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말 그대로 엄청난 크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이런 돔이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요? 영화에 나타난 돔의 모습을 보면 우산을 형태로 한 ‘우산 돔’(umbrella dome)을 기반으로 하여 철근 사이에 삼각형 모형을 집어넣어 ‘지오데식 돔’(geodesic dome)의 형태도 띄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그림 4. 지오데식 돔(Geodesic Dome) (브리테니커 백과, 2009.04.14)
  • 그림 5. 지오데식 돔의 차수변화 (IRJET 논문, 2019.05)2
지오데식 돔의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세 개의 막대로 만들어진 삼각형은 다른 다각형과 달리 어떤 강한 외력이 작용하더라도 변형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안정적인 삼각형을 지오데식 돔은 모든 면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오데식 돔은 매우 안정적인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오데식 돔은 건축물의 크기가 커질 때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건축물의 크기가 커지면 뼈대의 길이가 길어지게 되어 뼈대의 중간 부분에 부담이 많이 가게 됩니다. 하지만 지오데식 돔의 경우 삼각형 안에 또 다른 삼각형을 만들어서 차수1 를 변화시킴으로써 삼각형의 개수를 늘리고 중간 부분을 지탱할 수 있어,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충분한 자재와 건설 요건만 갖추어진다면 직경 14,440m의 지오데식 돔을 짓는 것은 완전히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만은 없겠죠?

1지오데식 돔은 기본적으로 정이십면체를 기본으로 하여 꼭짓점을 잘라 만드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이때 절단 횟수에 따라서 면의 수가 달라지게 되고, 면의 수가 많아질수록 차수가 높아지게 됩니다. (IRJET 논문, 2019.05/ 위키피디아, Geodesic Dome)

그림 6. 디스플레이 층간 접착 물질 (테크월드 뉴스레터, 2020.09.24)
두 번째로 들었던 의문은 과연 안에서 외부로 착각할 정도의 디스플레이를 돔의 내벽에 장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였습니다. 우선 굽은 돔 안의 내벽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신축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돔 안의 빛에 의한 반사가 최소화되어야 사실적으로 주변 환경을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이 각각 ‘디스플레이 소자 구성품 층간 접착 물질’과 ‘광학용 접착소재(OCA/OCR)’입니다. 먼저 ‘디스플레이 소자 구성품 층간 접착 물질’은 디스플레이 소자 내부 구성품을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개발된 이 물질은 고무줄처럼 좋은 신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굽은 형태의 돔과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2Swapnil Waghmode, D.B. Kulkarni/ Modelling & Validation of Single Layer Geodesci Dome with various Height to Span Ratios/IRJET(International Research Journal of Engineering and Technology)/May 2019

그림 7. 광학용 접착소재(OCA, OCR)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2020.06.09)
광학용 접착소재(OCA/OCR)는 돔 내부에서 일어나는 빛의 반사와 번짐을 막아줄 용도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빛은 매질이 달라지면, 즉 재질이 다른 층을 만나면 굴절하고, 반사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에서 공기, 유리 등을 지나면 굴절 현상이 일어나 이로 인해 디스플레이의 시인성(식별이 쉬운 성질)이 저하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광학용 접착제를 이용해 제품 내부의 빈 공간을 채워주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돔 내부에서 보았을 때 디스플레이 여러 개가 이어져 붙여져도 디스플레이 간의 테두리 연결이 자연스러운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돔 모양의 큰 디스플레이를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에 여러 화면을 이어 붙여야 합니다. 이는 무테 디스플레이를 이용해서 해결할 수 있는데, 무테 디스플레이란 테두리가 없는 디스플레이로, 대표적으로 UNIST 신소재공학부 연구팀의 ‘접는 전자소자’가 있습니다. 이 기술을 통해 화면 가장자리의 테두리를 뒤로 넘겨 접을 수 있기 때문에 테두리가 없는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림 8. 무테 디스플레이 (UNIST News Center, 2016.05.11)
지금까지 영화 트루먼 쇼 속 거대한 세트장인 ‘씨헤이븐’이 현재 과학기술로 실현이 가능할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당시에 불가능할 것 같던 기술이 점점 현실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우리는 공학기술에 대한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 내용 중에서 'Unus pro omnibus, omnes pro uno(모두를 위한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모두)' 라는 표어가 등장합니다. 다수의 즐거움을 위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트루먼의 상황을 나타낸 표어지만, 영화의 내용과 다르게 과학자의 과학 발전을 위한 노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과도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겠죠? 사회적으로도, 공학적으로도 깊게 생각하는 재미가 있는 영화, ‘트루먼 쇼’ 였습니다!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