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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환경경제 연구실 (허은녕 교수님) 인터뷰

글. 에너지자원공학과 1 배승민 편집. 조선해양공학과 3 강가현
이번 연구실 인터뷰에서는 <지구환경경제 연구실> 허은녕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 주신 허은녕 교수님께 지면을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허은녕 교수님
Q. 지구환경경제 연구실에는 크게 전통적 이슈와 최신 이슈가 있다고 들었는데, 전통적 이슈란 무엇인가요?
A. 전통적 이슈란 자원 고갈, 국제시장의 가격 변동, 그리고 정부가 기획을 세우고 투자하는데 있어서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원고갈의 경우, 사실 지구에 있는 에너지자원의 총량은 많기 때문에 고갈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원을 개발하는 기업은 한정된 자원만을 소유하고 소비하기 때문에 기업 존속을 위해서 이 주제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따라서 언제 자원을 채굴할지, 언제 판매하는 것이 단가가 가장 비쌀지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죠. 두 번째는 국제시장 가격 변동입니다. 제가 자원공학과(현재 에너지자원공학과)를 졸업했다고 하면 항상 ‘금값이 오르나요?’, ‘국제유가가 어떻게 될까요?’와 같은 질문을 받곤 했어요. 근데, 그런 걸 배운 기억이 없었죠. 학부에선 가르치지 않거든요. 대학원에 오면 ‘국제에너지시장분석’ 등의 수업에서 배우게 되는데, 우리 연구실도 전문 분야로써 미래의 국제시장가격을 예측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세 번째는 인프라에 대한 얘기인데요, 정부정책, 사회기반시설, 국가 기획에 있어서 에너지 및 전기의 수요가 어느 정도 일지, 각 선택지에 따른 결과를 연구해서 정부 계획을 자문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림 1. 지구환경경제연구실의 전통적인 연구분야 (출처 지구환경경제연구실)
Q. 그렇다면 연구실의 최신 이슈는 무엇인가요?
A. 첫 번째 주제는 재생에너지입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국가의 R&D 사업이 재생에너지 개발에 궁극적으로 얼마나 공헌하는가 등의 연구를 합니다. 또 다른 최근 연구주제는 기술연계예요. 우리나라의 전통적 산업은 자원을 수입하고 가공해서 수출했기 때문에, 과거 자원의 주요문제는 자원이 풍부한 나라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다르죠. 우리나라가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자원 없이도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완전히 다른 아이디어의 분야인 것이에요.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몇 년 후의 재생에너지 미래를 예측해서 정부기관에 발표하기도 하죠. 그래서 연구실 문 앞에 붙어있는 신재생에너지 연구사업, 프론티어 연구사업, CDRS(이산화탄소 저감처리 기술개발) 등이 모두 국가에서 지정을 받고 연구한 테마들이에요.

시대가 바뀌면서 연구주제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 같지만, 다른 교수들이 그러하듯 나도 계속 내 분야 안에 있는 겁니다. 동일한 방법론을 가지고 다루는 대상, 주제가 움직이는 것이죠. 기술의 적용대상이 지금까지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의 화석연료였던 것이고 점차 재생에너지, 테크놀로지로 확장해가고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의 얘기를 정리하자면 우리 연구실은 자원(화석연료 및 자본, 인력)의 효율적 배분과 Operation(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곳입니다. 결국은 자원”공학”의 본질인 ‘어떻게 해야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는가’에 대한 얘기가 되겠네요. 국가, 기업을 운영을 하는 사람들이 고민해 볼만한 여러 가지 기획안들을 검토하는 거죠.
Q. 말씀을 들어보니 전통적인 에너지자원공학과의 연구실과는 사뭇 다른 연구를 하시는 것 같은데요?
A. 그렇죠. 우리 연구실은 공학과 경영학 사이에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공대에 왜 경영, 경제 연구소가 있냐고 물으면 에너지자원공학과의 특성이라고 답할 수 있겠습니다. 공학은 물건을 만드는 학과와 물건을 만들지 않는 학과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조선해양공학, 전기정보공학은 선박, 반도체 같은 물건을 만드는 학과이고, 에너지자원공학과 산업공학, 토목공학은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업을 운영하고 설계하는 운영업에 관련된 학과입니다. 우리 과의 전공 수업들을 살펴보면 암석역학, 물리탐사 등 대부분 기술 이름이 곧 과목이름인 것을 볼 수 있어요. 석유공학을 제외하면 다 운영, 기술개발, 설계에 관한 것들입니다. 따라서 운영업을 하는 학과들은 전부 경영, 경제관련 연구실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Q. 교수님께서 에너지자원공학의 여러 다른 분야 대신 에너지 경제, 경영을 전공하신 계기가 있나요?
A. 나랑 정말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돼서. 거창한 계기는 없어요. 3학년이 되어 역학문제를 푸는데 내 친구들만큼 못 풀겠는 거에요. 시간이 두 배로 걸리고……. 즉, 기존의 공학분야에 있어서는 동기들에 비해 나 자신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그 이후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산업공학과, 토목공학과, 경제, 경영학과 수업을 들어가면서 적성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성적과 무관하게 경제학과 수업이 나하고 잘 맞았어요. 수업을 들으면서도 아이디어가 나오니까 대학원은 이쪽을 전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공학을 벗어나 경제, 경영학분야로 넘어가나 싶었는데, 마침 당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내에서 융합형 인재양성을 위해 공대분야를 넓히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공학기술과 경제, 공학기술과 경영, 법 등으로 확장하여 학생들의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등의 교육이 추가되었습니다. 경제, 경영, 정책 등의 8개 분야를 선정해서 연합전공(학부), 협동과정(대학원)도 생겨났죠. 마침 우리 과에도 김태유 교수님의 자원경제연구실(현재 지구환경경제연구실)이 생긴다는 얘기를 듣고 연구실 1번 석사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시대 흐름이 잘 맞았던 거죠.

결국,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구분하여 생각해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공학, 내가 잘하는 것은 경영, 경제라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요즘에는 복수전공, 부전공, 연합전공 등의 학과간 교류가 늘어나고 자유전공학부까지 생겨나면서 진로에 대한 이런 결정이 조금은 수월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을 잘 활용해서 본인이 직접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Q. 그렇다면 연구 인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요?
A.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명박 정부시절의 일입니다. 2011년 ‘기름값이 묘하다’는 대통령의 한마디로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국제유가는 내려가는데 왜 휘발유의 소비자가격은 내려가지 않느냐, 이에 대해 조사해봐라 하고 지시를 내린 것이죠. 연구결과를 정부 산하 연구소에서 발표했는데, 시민단체에서 국가기관은 못 믿겠다면서 제 3자를 불렀고, 내가 뽑힌 거예요. 그래서 졸지에 그 분야가 우리 연구실의 메이저 분야가 되어버렸습니다. 졸업논문도 많이 쓰고, 내 이름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활동이 계속 확장되면서 정유회사가 가격을 제대로 측정하는지 검수하는 시민단체 설립에 도움을 주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자문을 해주는 등 신기한 활동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런 연구를 비대칭성 분석이라고 하는데, 학교에서 하던 활동이 이러한 방식으로 퍼질 것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재미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Q. 이외에도 특별했던 기억을 한 가지 더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그 이전에 기억에 남는 일은 IMF 직후의 일이었어요. 교수가 되고 몇 년 후에 그 일이 일어났죠. IMF 사태가 일어나고 다시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김대중 정부는 고용 안정화와 수익창출을 위해 벤처기업 육성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대해서 은행이 돈을 빌려주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고, 여기서 기술이 얼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지 얘기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기술가치평가는 외국에선 이전부터 연구해오던 분야인데 우리나라는 그때 처음 시작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나도 거기에 참여하여 기술가치평가협회 설립, 교육과정 개편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공학기술, 경영, 경제, 정책 등 수십 명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매뉴얼을 만들고 기준을 세팅하는 일에 함께했던 재미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말씀드린 두 일은 모두 원래하던 전공들과는 달랐어요. 그 시대에 어떤 이슈가 발생하고, 그 이슈로 인해 내가 하고 있던 작은 연구들이 크게 주목받게 된 상황인 거죠. 난 진지하게 연구한 건 아닌데, 사회적으로 수요가 폭발하고 연구실에서 그 대상에 대해 많은 연구를 수행하게 된 터닝포인트였습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기술들이 언젠가 한번 다시 수요가 폭발할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분야를 연구할 계획입니다.
Q.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삶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궁금해서요. Curiosity, 내 인생을 크게 좌우하는 것을 묻는다면 Curiosity입니다. 그건 꼭 이 학문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요. 뭐든지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궁금했었습니다. 그래서 공학이 나와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꼭 공학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연구를 보면 공학도 아니고 경제학도 아닌 것을 하고 있습니다. 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궁금해서라고 답합니다. 상대성이론과 끈 이론이 궁금해져서 책을 탐독하고 물리학과 교수님과 대화하기도 하고, 문화인류학에 관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전공과 관계없이 순수한 호기심이 날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Q. 연구실에서는 어떤 학생을 원하나요?
A. 우리 연구실은 입학 시, 학부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묻지 않습니다. 공대를 벗어나 자연대, 문과 모두 지원 가능합니다. 왜냐고요? 들어오면 모든 것을 새롭게 가르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과정이 조금 힘들어질 순 있습니다. 학부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석/박사를 가르치는 다른 전공과 달리 여기선 새로운 것들을 가르칩니다. 어느 전공이었든 상관없지만, 들어오면 많은 수업량에 허덕일 순 있습니다. 그것을 버텨낼 의지가 있는 학생들을 원합니다.

연구실에 들어올 수 있는 루트는 두 가지인데, 에너지자원공학을 전공하거나 협동과정의 기술경영경제전공으로 지원하여 에너지학과를 선택하면 됩니다. 일반적인 연구실과는 다른 재미있는 전공이죠. 다양한 학생을 뽑고 그 학생이 하고 싶은 대상에 대해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연구실의 목표이자 임무인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로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는 석유, 석탄, 가스만 다룬다는 학과에 대한 안타까운 오해를 풀고 싶습니다. 여긴 에너지학과입니다. 석유, 석탄, 가스는 에너지 기술을 적용시키기 위한 대상이고, 실제로 많이 쓰이니까 많이 다루는 것뿐입니다. 말씀드렸듯이 같은 방법론 하에서 적용대상은 계속해서 변화합니다. 그리고 대상은 전통적인 화석연료에서 이제 배터리, 수소에너지, 태양광에너지 등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수소에너지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는 바로 석유와 가스입니다. 수소의 저장과 운반은 가스와 동일하니까요. 그리고 태양광에너지는 패널을 개발하는 것에 더해서 발생하는 태양광패널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물론 학과의 코어 기술이 바뀌진 않겠지만, 흐름에 맞추어서 적용 대상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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