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문화탐방 공대생의 문화탐방

‘고요의 바다’ 속 숨은 생명공학 기술들

글. 건설환경공학부 2 김형준 편집. 원자핵공학과 3 이지현
그림 1. 고요의 바다 포스터
독자 여러분, 지난 36호에 소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승리호’를 기억하시나요? 2092년의 황폐해진 지구에서 우주로 생활권을 넓혀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영화 ‘승리호’는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로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는 제대로 다뤄 본 적이 없는 스페이스 오페라를 소재로 한 흥미로운 전개와 훌륭한 영상미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뒤를 이어 지난해 말,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또다른 SF 장르의 드라마가 공개되었습니다. 바로 오늘 공대생의 눈으로 영화보기 코너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작품인 ‘고요의 바다’입니다. ‘고요의 바다’는 먼 미래, 물부족 현상으로 식수를 구하기 어려워진 환경에서 새로운 수자원을 얻기 위해 달의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나는 정예대원의 사투를 다룬 작품입니다. 하지만 전개가 느리고 과학적 고증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의 호불호가 갈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지옥’ 등과 비교했을 때 조금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감정선을 중요시하는 한국적인 색으로 한국에서는 잘 시도하지 않았던 SF 장르를 잘 표현하였다는 것과, 앞서서 나온 같은 장르의 ‘승리호’와는 달리 달에 중점을 뒀다는 점 등에서는 많은 호평을 얻었습니다. 실제로 OTT1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고요의 바다’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한동안 TV쇼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 여러 곳에서 많은 인기를 받았습니다. 본 코너의 목적이 작품의 평론만은 아니기 때문에 더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이 작품을 보시고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리고, 이번에는 이 작품에 은연중에 내포된 생명공학 기술들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1 Over The Top, 넷플릭스나 왓챠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의미한다.

그림 2. 극 중 등장하는 체내 개별 인식칩의 모습
1. 체내 개별 인식칩
새로운 수자원 샘플을 찾으러 달의 폐쇄된 연구기지인 ‘발해 기지’로 떠난 탐사대원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한 전 연구자들의 시신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때 탐사대원 중 한 명인 송지안은 희생자들에게 삽입되어 있던 ‘체내 개별 인식칩’을 통해 기지 내 희생자들의 신원과 의료 정보 등을 알게 됩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체내 개별 인식칩’은 현재 한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반려동물등록제에 사용되는 베리칩(VeriChip)이 발전된 형태입니다. 베리칩이란 사람 혹은 동물의 몸에 투여하는 손톱보다 작은 마이크로 칩을 말합니다. 베리칩은 흔히 교통카드에 쓰이는 기술인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on)2를 활용해 무선으로 외부와 통신할 수 있도록 하여 칩 안에 담긴 개인 정보를 필요한 곳에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신원 외에도 개인의 금융거래나 건강, 의료, 위치 정보 등을 필요시 공유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실생활의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베리칩을 전자 지갑처럼 활용하는 사람의 수가 3,000명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방역 패스의 역할을 대체하는 베리칩이 출시되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개인정보의 유출이나 해킹과 같은 부작용과, 사람의 몸에 기계 칩을 삽입한다는 것에 대한 대중들의 반발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2 전파를 이용해 근거리에서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로, 현재 교통카드, 하이패스, 여권 등 실생활의 여러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그림 3. 극 중 등장하는 생체 신호 탐지기의 모습
2. 생체 신호 탐지기
송지안과 탐사대원들은 샘플을 찾기 위해서 발해 기지를 탐사하다 우여곡절 끝에 온전한 샘플 하나를 찾는 데 성공하지만, 알 수 없는 생명체의 습격을 당해 샘플을 빼앗깁니다. 그 과정에서 탐사대원 한 명도 사망하게 됩니다. 결국, 탐사대원들은 죽은 탐사대원의 복수와 샘플의 회수를 위해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도주한 환기 통로로 따라가기로 합니다. 이때 탐사대원들은 어두운 환기 통로 내에서 도주한 무언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생체 신호 탐지기를 활용합니다.

극중에서 활용한 생체 신호 탐지기는 기본적으로 레이더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레이더(RADAR, RAdio Detection And Ranging)란 기계에서 방출한 전자파가 특정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면, 해당 반사파를 측정함으로써 탐지된 물체의 방향, 거리, 속도 등을 측정하는 기계 장치입니다. 한편, 작품 속의 생체 신호 탐지기는 일반적인 레이더와는 달리 벽의 투시가 가능하고,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 간의 전기적인 신호인 생체 신호를 활용하기 때문에 생명체에만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두 기술 모두 현재에도 구현 가능한 기술들입니다.
먼저 벽의 투시가 가능한 레이더로는 대표적으로 지난 2011년 미국 MIT 공대 연구팀이 개발한 투시 레이더가 있습니다. 레이더로 벽 뒤에 있는 물체를 탐지할 때 전파가 벽을 통과하면서 대부분은 벽에 가로막혀 튕겨 나오고 약 0.0023%에 해당하는 전파량만 레이더로 되돌아옵니다. 투시 레이더는 이 적은 양의 전파를 증폭기를 활용해 증폭시켜서 레이더가 측정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 외에도 UWB(Ultra-Wideband)3 기술을 개발하는 이스라엘 기업인 CAMERO에서도 세이버(XAVER) 400 등과 같은 투시 레이더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생체 신호란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 간의 전기적인 신호를 의미하며, 호흡, 심장 박동, 피부 전도도4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여러 종류의 생체 신호가 있는 만큼 종류에 따른 생체 신호 측정 방법 또한 다양한데, 먼저 호흡의 경우에는 광혈류 측정(PPG)이라고 하는 기법을 통해 혈중의 산소 포화도를 측정함으로써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호흡기 계통과 관련된 질병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피부 전도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대표적으로 사람의 땀에 있는 염소 이온 농도를 측정하여 손발의 피부 전도도를 측정하는 ‘전기화학 피부 전도도 검사’ 방법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검사자의 스트레스, 피로도, 심리 상태 등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의 체온을 측정하는 열화상 카메라 역시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기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두 개념을 혼합한다면 극 중 등장한 생체 신호 탐지기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도 꿈은 아닐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전기전자공학 연구 기업인 그릿씨아이씨에서는 지난 2019년 UWB 기술을 활용하여 장애물을 투과하고 생체 신호를 탐지하는 UWB 센서를 개발하는데 성공하였고, 올해 2022년 본격적으로 이를 탑재한 UWB 레이더 IC5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3 ‘초광대역’이라고도 불리는 넓은 주파수 대역으로 데이터를 송신 및 수신하는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의미한다.
4 사람의 몸은 피부의 전기적 특성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는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전기적 특성을 피부 전도도라고 부른다.
5 Integrated Circuit의 줄임말로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전기 회로와 반도체를 하나의 작은 칩에 모아서 구현한 것을 의미한다. 집적 회로라고도 불린다.

그림 4. 복제 인간 ‘루나’의 모습
3. 복제 인간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닌 발해 기지의 모습에 의구심을 가진 송지안은 기지 내의 데이터베이스 저장 창고에 접근하여 전에 발해 기지에 있던 연구원들의 목적을 알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사실 발해 기지는 새로운 수자원인 ‘월수’에 적응한 인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복제 인간을 여럿 만들어서 인체 실험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월수 샘플을 훔쳐갔던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바로 반복적인 인체 실험 끝에 월수에 적응하는 데 성공한 복제 인간 ‘루나’임을 알게 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와 같은 복제 인간 기술은 수많은 SF 영화 및 소설의 소재로 다루어질 만큼 유명한 생명공학 기술입니다. 복제 인간에 대한 높은 관심도만큼 이와 관련된 연구도 여태껏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1996년 체세포 핵 치환(SCNT, Somatic Cell Nuclear Transfer) 기술을 통해 복제한 복제양 돌리를 시작으로 인류의 동물 복제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2018년 중국에서 같은 방법을 통해 원숭이를 복제하는 데 성공하면서 포유류를 넘어 영장류 동물의 복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체세포 핵 치환 기술이란 복제하고자 하는 생명체의 체세포의 핵을 채취하고, 이를 난자의 핵과 치환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배아를 어미의 자궁에 착상시키면 체세포를 채취했던 본래 생명체가 복제된 개체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론상으로는 간단한 것 같지만, 실제 실험에서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매우 높은 수준의 생명공학 기술이 필요하고, 특히 인간과 가까운 고등생물일수록 체세포 핵 치환의 성공률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복제 인간 기술은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 사안인 만큼 이와 관련된 윤리적인 문제 또한 항상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기술력의 문제는 물론이고 윤리적인 문제까지 해결이 되어야 본 작품에서 등장하는 것과 같은 복제 인간 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요의 바다’ 속에 존재하는 여러 생명공학 기술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물론 ‘고요의 바다’를 직접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본 기사에서 설명한 세 가지 기술들은 이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재들은 아닙니다. 영화의 주된 소재에 집중하여 영화의 전개를 따라가는 것 또한 영화를 즐겁게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겠지만, 때로는 이처럼 은연중에 내포된 소재들에 집중하는 것도 색다른 영화 감상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SF 영화는 현대에는 볼 수 없는 여러 기술과 기계 장치들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으로 감상한다면 여러분의 공학적 견문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본 기사를 통해 여러분의 SF 영화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더 높아지기를 바라면서 이번 기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문헌
  • [1] 최광욱, 김철성, 양철승, 이정기, “원격 비접촉식 목표 추적형 생체신호측정시스템에 관한 연구”, 한국정보통신학회, 한국정보통신학회 논문지 18호, 2014.09.
  • [2] 한국 보건복지부, “전기화학 피부 전도도 검사”, 세종: 보건복지부, 2016.
  • [3] 양훈기, “UWB와 기존 서비스간의 양립성에 관한 연구”, 경기도: 전파연구소,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