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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건축의 비밀,
BIM 기술

글. 건축학과 2 권나경 편집. 전기정보공학부 2 김채원
공대상상 독자 여러분은 위의 장소가 어디인지 알고 계신가요? 독특하고 비정형1)적인 외관으로 많은 이의 이목을 끄는 이곳은 바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입니다. 무려 45,133개의 서로 다른 외장 패널2)로 거대한 곡면을 만든 DDP는 어떤 방식으로 지은 것일까요?
그림1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

건축에서 먼 옛날부터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방법은 2D 도면을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도면'은 시공자가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건축가가 건물의 구조를 그려놓은 그림을 뜻합니다. 자유롭게 그리는 '스케치'와는 달리, 규격에 맞추어 꼼꼼히 구조를 그려넣어야 하지요. 예를 들어,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몸체와 새하얀 외관으로 유명한 건물인 Villa Savoye(빌라 사보아)를 짓기 위해 건축의 대가 르 꼬르뷔지에는 1928년, [그림2]와 같은 건축 도면을 그렸습니다. 시공자들은 이 도면에 맞추어 [그림3]과 같이 빌라 사보아를 지을 수 있었지요.

그림2 빌라 사보아 건축 도면
그림3 빌라 사보아(Villa Savoye)

하지만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시공할 때는 비정형적인 형태 때문에 도면만 보고는 건축가의 의도를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이때 도움을 준 기술이 바로 BIM 기술입니다. 그렇다면, BIM 기술이란 무엇일까요?

BIM의 정의와 장점

BIM은 Building Information Model의 약자로, 건축물 정보를 모델링하는 것을 뜻합니다. 기획부터 시작해서 설계, 엔지니어링, 시공, 유지 및 관리, 그리고 폐기까지 모든 과정을 3D로 가상 모델링하는 일이지요.

그림4 2D 기반과 BIM을 통한 사업/설계/시공 개념의 차이

전통적인 건축에서는 설계자가 2D 도면을 기준으로 소통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건축 과정에서 혼란이 상당하지요. 엔지니어는 설계자가 그린 2D 도면만 보고는 MEP 계획3)을 알 수 없기에 설비를 설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도면을 읽는 법을 모르는 의뢰인의 경우, 설계가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잘 흘러가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지요. 시공자 또한 도면을 읽는 데 익숙하지 않으면 오류가 생기기 쉽습니다.

BIM은 2D의 계획과 정보를 3D로 통합함으로써 건축 공간 계획, 구조 계획, MEP계획, 조경 계획, 마감 계획 등 모든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기술입니다. BIM을 이용하면 설계자, 시공자, 엔지니어, 건축주 모두가 같은 생각, 같은 방법으로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지요. 또, 공종4)별로 잘못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리 검토하고, 조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여러 장점 덕분에 이제는 비정형적인 건물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주거 건물의 시공에도 자주 활용되고 있습니다.

BIM의 지표, LOD

이렇게 유용한 BIM에는 상세 수준을 표현하는 지표가 있는데요, 바로 LOD입니다. LOD는 Level of Development의 약자로, LOD 뒤에 붙는 숫자가 커질수록 포함하는 정보가 더욱 많아집니다.

LOD는 LOG(Level of Geometry), LOI(Level of Information)이라는 두 요소를 가집니다. LOG는 그 프로젝트의 기하학적, 시각적 형태이고, LOI는 그 BIM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의미해요. 쉽게 말해 LOG는 얼마나 그림을 자세하게 나타내었는지, LOI는 얼마나 정보를 많이 담았는지를 의미하는 지표라고 보면 됩니다. 도면의 LOG가 높을수록 자재의 모양, 질감, 두께, 색감과 같은 요소까지도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림5]는 LOD 중 LOG를 표현한 것이지요.

그림5 LOD에 따른 LOG의 변화

[그림5]를 보면서 LOD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해 봅시다. LOD 100은 기획 설계(Symbolic Representation) 단계입니다. 프로젝트의 초기 모델로, 단순한 덩어리(mass) 형태이지요. LOD 200은 계획 설계(Generic System) 단계로, 여전히 대략적인 형태와 방향, 위치를 갖지만 조금 더 모양을 갖춘 객체가 되지요. LOD 300은 기본 설계(Specific System) 단계이며, 조금 더 정교한 체계의 모델입니다. 구체적인 형태, 방향, 위치를 가지며, 그래픽으로 표현할 수 없는 정보들 또한 객체 하나하나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LOD 400은 실시 설계(Fabrication) 단계로, 어떻게 자재들을 조립하고 설치할지 방법 또한 알 수 있습니다. LOD 500은 준공 설계(Verified Representation-as Built) 단계로, 실제로 지어질, 확정된 형태를 갖게 되지요.

DDP 시공에서의 BIM 활용

DDP의 시공사는 설계사에서 2D 도면, 3D 모델을 별도로 받았는데, 위에 언급한 2D 도면 방식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어요. 이에 BIM을 도입해 2D 도면과 3D 모델의 정보를 매칭함으로써 DDP를 성공적으로 시공하게 되었지요. 그 과정의 일부를 한번 들여다볼까요?

그림6 메가트러스 좌표점 설정
그림7 겹침 확인, 패널의 모양

DDP는 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생활을 제공하는 곳으로써, 내부에 들어가 보면 대형 공간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건물 안에 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였는데요. 이를 위해 메가트러스5) 공법이 사용되었습니다. 먼저, BIM 기술을 이용해 3D 시공 모델로 메가트러스 철골 부재의 좌표점을 설정했습니다. [그림6]에서 볼 수 있듯이, 메가트러스를 모델링하여 격리한 후 그래픽상에서 그 위치를 3차원 좌표로 나타낸 것이지요. 다음으로, 이렇게 좌표점을 찾은 메가트러스를 건물 내에 위치시키고, 미리 3D 모델링 해놓은 곡면 패널을 포함해 다른 구조들과 겹치는 지점이 있는지 확인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그림7]에서 위쪽의 파란색 패널과 그 아래에 있는 메가트러스가 겹칠 수 있는 지점을 파악하여 조립 과정에 활용하였죠. 또, [그림7]에서 확인할 수 있는 패널의 경우 앞서 언급했듯 모두 다른 형태를 띠는데, 이 또한 BIM을 이용함으로써 부재마다 정확한 계산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건축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요? 2B 연필을 커터칼로 깎아가며 트레싱지6)에 도면을 그리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리라 생각합니다. BIM 기술이 더 발전하면서 널리 쓰인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는 건축가가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보다 컴퓨터로 모델링을 하는 모습이 먼저 떠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2D 모니터를 통해 보는 BIM이 아니라, 공상 과학 영화에 나오듯 홀로그램 기술을 통해 직접 허공에 구현해서 볼 수 있는 BIM 기술이 개발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멋진 DDP를 만들어준 BIM 기술, 또 어떤 발전이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주석
  • 1) 일정한 형태나 형식이 정해지지 않은 것.

  • 2) 건물의 외부를 덮는 판으로, 알루미늄·철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할 수 있음.

  • 3) 기계의(Mechanical), 전기의(Electrical), 소방의(Plumbing) 계획.

  • 4) 건축, 토목, 설비, 전기 등 공사의 종류.

  • 5) 초대형 지붕 트러스. 삼각형 부재를 이용해 막대한 지붕을 만듦으로써 넓은 내부 공간을 확보함.

  • 6) 도면을 그릴 때 사용하는 반투명한 종이.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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