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공학인과의 만남

다양한 로봇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
스타트업 Sequor Robotics '김준호 선배님'

글. 건설환경공학부 2 안승민 편집. 전기정보공학부 2 김채원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39세 미취업 청년 중 72.8%는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창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1) 정부는 이에 발맞추어 중소벤처기업부 등을 통해 청년들이 창업 지원이나 창업 멘토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여러 대학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학생 창업가들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특히 서울대학교에서는 창업 지원단을 통해 창업 멘토링, 창업자 경영 지원 서비스뿐만 아니라 창업 공간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서울대학교 창업 지원단의 스타트업 패밀리 중 한 기업인 'Sequor Robotics'에서 하드웨어 직무로 활동하고 계신 김준호 선배님을 인터뷰했습니다!
그림1 김준호 선배님
Q.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에 재학 중인 17학번 김준호입니다. 저는 전기정보공학과 물리학을 복수전공하고 있고 현재 Sequor Robotics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Sequor Robotics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Sequor Robotics는 다양한 로봇에 적용 가능한 로봇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예요. 저희 회사는 개별 단위의 로봇부터 복잡한 다중 로봇 시스템 제어까지, AI 및 로봇 분야 전 영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Q. 선배님께서는 현재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A.

저는 현재 Sequor Robotics에서 하드웨어 설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것이 필요해요. 생명체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근골격과 이를 움직이기 위한 신경, 그리고 이 시스템을 관장하는 뇌가 필요하듯이, 로봇도 근골격에 해당하는 프레임과 각종 기구, 신경에 해당하는 각종 회로들과 소자들, 그리고 이를 제어하는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이 중 제가 담당하는 하드웨어 영역은 회로부터 기구 설계까지 넓은 영역을 포괄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Q. 선배님께서는 전기정보공학, 물리학을 복수전공하고 계셔서 소프트웨어 쪽 업무도 잘 아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하드웨어 직무를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A.

1학년 때 '런투유'라는 기계공학부 자작 자동차 제작 동아리에서 활동했었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동차의 하드웨어 프레임, 구동부 등을 직접 제작해보며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재미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기회가 될 때마다 각종 하드웨어 작업을 맡았고, Sequor Robotics에서도 하드웨어 직무를 선택하였습니다.

Q. 그동안 근무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제가 설계하고 만든 로봇이 설계 의도대로 잘 작동하는 모습을 봤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특히 작년 하반기에 겪었던 일들이 생각나는데요. 로봇에 필요한 부품을 설계하고, 이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한번은 공차를 잘못 설정하여 조립하는 데 일주일이 지연된 적이 있었습니다. 부품을 갈아내고 망치로 수리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습니다. 결국 조립을 하고 나니 처음 생각한 것보다 로봇이 정말 잘 움직여서 기뻤던 기억이 나네요.

Q. 학부에서 배운 것 중 어떤 부분이 현재 큰 도움이 되었나요?
A.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3개의 전공을 이수하고 있는데요, 특정 전공 하나만 저에게 도움이 된 것이 아니라 3개 전공 모두가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먼저 물리학은 제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었습니다. 물리학에서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접근 방법을 사용합니다.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과감한 가정들이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돌파구가 되고는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와 관점들은 제 사고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계공학과 전기정보공학에서는 실제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지 고민하고, 기술을 체득하는 과정을 경험합니다. 이를 통해 어떠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각각의 전공에서 추구하는 방식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Q. 학부 시절 중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A.

역시 동아리 활동인 것 같아요. 학부 수업 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고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방법을 익혔다면, 동아리에서는 실제 문제들을 풀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동아리는 수업과 다르게 자유도가 높아요. 공학적으로는 어떤 문제를 풀지 정의하는 것부터,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온전히 스스로 정해야 해요. 그뿐만 아니라 동아리 활동은 온전히 부원들의 자율적인 참여로 진행되므로 갈등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고 극복하면서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Q. 공과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A.

공학과 과학의 차이를 확실히 알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대부분의 수학, 과학 내용들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내용들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세상을 탐구하는 학문인 과학의 특징이에요. 그러나 공학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학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에요. 왜 해당 방식을 적용해야 하는지 완벽하게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야 할 때도 있고, 굉장히 복잡한 수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공학과 과학의 차이를 아직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던 때 몇몇 수업을 수강하면서 제가 배우고 있던 학문에 대해 실망한 적도 있었습니다. 분명 깔끔한 해결 방법을 기대하며 강의를 들었지만, 정작 강의에서 배운 방법은 너무나 복잡할 때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이후 여러 수업을 듣고 활동도 진행하며, 저는 제가 그동안 원했던 것은 '과학'이었지만, 지금 배우는 것은 '공학'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실무를 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제품을 만들다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데 특정 방법을 써야지 문제가 풀릴 때도 있고, 너무 복잡한 수식이 동원되더라도 그 과정이 잘되면 어쩔 수 없이 써야 할 때도 있어요. 그러한 접근이 정답일 때도 굉장히 많고요. 그러므로 공학과 과학의 차이를 미리 명확하게 인지하게 된다면 공학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Q. 공대를 졸업하고 창업을 준비 중인 학부생이나 이미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고등학생도 많습니다.
스타트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A.

저는 저희 회사 법인 설립 이전부터 회사 일에 참여했었는데, 초기 스타트업은 돈, 인력, 시간 등 모든 것이 부족해서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하게 되더라고요. 때로는 그동안 해본 적 없는 일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여러 일을 할 때 정말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이고,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그 두려움을 줄이는 과정이 필요해요. 특히 학생 때는 사소한 실수는 용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니 새로운 시도를 다양하게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라틴어 구절이 있어요. 'per aspera ad astra'인데요, '고난과 역경을 넘어 별을 향하여'라는 뜻이에요. 사실 창업이라는 진로 자체가 불안정하다고 생각해요. 주변에 스타트업에 몸담았다가 퇴사한 친구도 종종 보았고, 저 스스로도 제가 가는 길에 대해 의구심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특히 주변 친구들은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문적 성취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제가 너무 모험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있었어요. 그럼에도 스타트업을 계속 한다는 것은 가슴속에 품고 있는 별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이건 저 스스로에게도 하고 싶은 말인데요. 마음이 흔들릴 때는 가슴속에 품어온 별을 보세요. 그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면 어느새 큰 성장을 이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Q.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현재의 목표는 지금 제가 속해 있는 회사를 키우는 거예요. 저희 회사는 설립된 지 이제 1년이 갓 지난 만큼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거든요.

그리고 이건 정말 개인적인 목표인데요, 저는 정말 커다란 기계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학부 저학년 때 자작 자동차 동아리에서 자동차를 만들었으니 이번에는 비행기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웃음)

Q. 공대상상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철학에 제1 원리라는 개념이 있어요. 말 그대로 가장 기초적이고 근원적인 가정인데요, 수학에서의 '공리'와 비슷한 개념이에요. 저는 제1 원리를 세우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지요. 이를 테면 공부에 관한 저의 제1원리는 '진리는 나의 빛'이었어요. 공부를 하거나 학교 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이 가는 길에 확신이 없을 때도 있을 거예요. 그럴 때 제1 원리가 삶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독자 여러분도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만의 길을 힘차게 걸어나갈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여러분이 어떠한 선택을 할 때 결정이 두려운 순간이 온다면, 다시 이 순간을 돌이켜볼 때 후회하지는 않을지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 막연하게 두려울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나중에 후회하게 될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공대상상 독자 여러분도 후회 없는 학교 생활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주석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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