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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혼잡도의 비밀, 압전 소자!

글. 컴퓨터공학부 1 정인수 편집. 원자핵공학과 4 이지현
여러분은 지하철을 탈 때, 이 열차가 어디로 가는지, 이번 역은 어디인지, 어느 방향으로 내려야 하는지 표시해주는 지하철 안내 스크린을 자세히 읽어본 적이 있나요? 스크린에서는 다양한 정보가 흘러나옵니다. 그런데 그런 정보들 중에서 유난히 신기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혼잡도 정보입니다. 칸마다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직접 세는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혼잡도를 추정하는 것일까요?
그림 1. 2호선 열차 안내스크린에 나타난 혼잡도 정보
그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무게를 측정하면 됩니다. 사람의 평균 무게를 정해 놓고, 지하철 칸 전체의 무게를 평균 무게로 나누면 탑승객의 수를 대략 어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계산한 승객의 수는 혼잡, 보통, 여유 총 3단계로 구분되어 안내 스크린에 나타나는데요. 이처럼 무게나 압력에 대한 데이터는 무궁무진한 활용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번 기사에서는 저희와 함께 압력을 전기신호로 바꿀 수 있는 압전소자에 대해 알아볼까요?

압전소자는 가해진 압력에 비례하는 전압을 내보낼 수 있는 소자로, 다양한 곳에 활용됩니다. 간단하게는 체중계에서부터, 스파크를 일으켜 불을 붙이는 가스레인지와 라이터, 그리고 음파의 압력을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마이크에도 사용됩니다. 압전소자의 원리는 ‘쌍극자’라는 개념과 관련이 깊습니다. 쌍극자는 (+) 전하를 띠는 입자와 (–) 전하를 띠는 입자가 한 쌍으로 존재하는 것을 말합니다. 결정 상태로 존재하는 물질들은 쌍극자가 무작위의 방향을 가진 상태로, 균등하게 배열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몇몇 종류의 비대칭적인 쌍극자를 가지고 있는 결정들은 압력이 가해지면 쌍극자가 비틀리면서 역학적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림 2. 수정(SiO2)의 구조와 외부 힘에 따른 변형
그림 2는 수정(SiO2)의 결정구조를 나타낸 그림입니다. 수정은 압전소자에 사용되는 대표적 물질로써, 그림과 같은 육각형의 결정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정에 압력을 가하거나 당기면 구조가 변하면서 전하가 편중되는 부분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전하가 비대칭적으로 분포하게 되어 결정구조 위아래로 전기적인 위치 에너지의 차이, 즉 전위차가 발생하게 됩니다. 압전소자는 이 전위차를 이용해 전기신호를 발생시킵니다. 압력이 전기에너지로 변환된 것입니다. 이러한 원리를 1차 압전효과(Piezoelectricity)라고 부르며, 우리가 흔히 아는 압전소자는 1차 압전효과를 이용합니다.

압전효과의 반대 효과도 존재합니다. 신기하게도 압전효과의 결과물인 전압을 결정에 가하면 결정은 수축하거나 팽창합니다. 이러한 원리를 2차 압전효과(혹은 역압전효과, Converse Piezoelectricity)라고 합니다.

그림 3. 2차 압전효과의 원리
그림 3은 2차 압전효과를 표현한 그림입니다. 전하를 띤 모든 입자들은 가해진 전기장의 세기에 비례하는 힘을 받습니다.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특정 방향의 전압을 가해 전기장을 만들면 입자들이 인력과 척력을 받아 결정구조가 특정 방향으로 뒤틀리게 되고, 그에 따라 물질 전체가 수축하거나 팽창하게 됩니다.

2차 압전효과 역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데요. 대표적으로는 쿼츠(수정) 시계가 있습니다. 수정에 일정한 주기로 전기장의 방향이 변화하는 전기신호를 가하면 2차 압전효과가 발생해 수정이 일정한 주기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게 되는데, 이 주기가 매우 일정하기 때문에 시계에 활용하기 적합합니다.

압전효과는 자크 퀴리, 피에르 퀴리 형제에 의해 1880년에 최초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들은 수정, 토파즈, 설탕, 소금 등의 간단한 입자에서 압전효과가 발생함을 확인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1차 대전에서는 최초로 압전효과를 응용한 음파 탐지기(SONAR)가 등장하였습니다. 이후 급격한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압전효과를 응용한 마이크, 가속 측정기 등이 개발되었습니다. 그러나 압전소자는 일반적으로 다른 소자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낮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그에 따라 고효율의 압전소자 원료를 찾는 연구가 지속되어 왔고, 압전효과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결정구조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림 4. 페로브스카이트 구조
그중 가장 흔한 예시로서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라는 구조를 가진 물질을 들 수 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물질들은 ABX3의 구조식을 갖는데요. 여기서 A와 B는 양이온, X는 음이온입니다. 이러한 물질들은 특정 온도 이하에서 그림 4의 (a)형태와 같이 중심 이온이 중앙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형태의 배치를 갖습니다. 이렇게 물질의 구조가 비대칭적이면 전하가 비대칭적으로 분포하게 되고, 그에 따라 페로브스카이트 물질들은 ① 쌍극자의 성질을 가지게 됩니다. 1950년경에는 페로브스카이트 중 하나인 BaTiO3라는 물질이 발견되었으며, 얼마 후 PZT(Pb(Zr, Ti)O3, 납∙지르코늄∙티타늄 원소가 결합한 물질)라는 더 뛰어난 안정성을 지닌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이 발견되었습니다. 현재 지하철 혼잡도 측정에 사용되는 압전소자와 같이, 일반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압전소자들의 대부분은 PZT를 활용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PZT는 큰 문제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환경 오염 문제입니다. PZT에는 기본적으로 중금속인 납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합성하는 과정에서 PbO와 같은 유독 기체도 발생합니다. 그에 따라 PZT는 생산, 폐기 과정 모두에서 심각한 환경 오염을 일으킵니다. 실제로 2006년에는 유럽연합에서 향후 개발되는 전자기기에서 납이 포함된 압전소자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과학자들은 PZT를 퇴출하기 위해 현재도 KNN, BaTiO3 등 납이 포함되지 않은 압전물질의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압전소자를 통해 지하철 안내스크린의 혼잡도 정보를 어떻게 추정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압전소자에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가 얽혀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나요? 일상 속 흔한 물건의 원리를 탐구해보며 공학과 친해지는 기회가 되었길 바랍니다!

사진 출처
그림 1. https://www.epnc.co.kr/news/articleView.html?idxno=82928
그림 2. https://dev.nsta.org/evwebs/2014102/news/default.html
그림 3. Wang W, Jiang Y, Thomas PJ. Structural Design and Physical Mechanism of Axial and Radial Sandwich Resonators with Piezoelectric Ceramics: A Review. Sensors. 2021; 21(4):1112. https://doi.org/10.3390/s21041112
그림 4. Ando Junior, O. H., Coelho, M. A. J., Malfatti, C. F., Brusamarello, V. J., Proposal of a Micro Generator Piezoelectric for Portable Devices from the Energy Harvesting(2014). P.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