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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공학

감미료의 모든 것

글. 전기정보공학부 2 이진재 편집. 조선해양공학과 3 백지원
그림 1. 도입에서 단마토에 대한 소개를 위한 사진 자료.
끝나지 않는 과제와 시험! 일상 속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과자나 초콜릿, 디저트처럼 달달한 음식이 생각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런 음식에서 느껴지는 단 맛은 어디에서 나는 걸까요? 바로 단맛을 내는 조미료나 식품 첨가물인 '감미료'가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감미료로 가장 흔히 알려진 것은 설탕이지만 그 이외에도 종류가 아주 다양하고, 최근에는 설탕이나 꿀과 같은 천연 감미료 외에도 많은 인공 감미료가 합성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강렬한 단 맛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던 ‘단마토’, ‘토망고’라는 별명의 토마토 역시 감미료 중 하나인 ‘스테비아’를 발효시키거나 액체화시켜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이용했다고 해요. 그런데 스테비아는 설탕보다 300배 달면서도 인체에 흡수가 되지 않아 열량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람들과 당뇨병 환자들에게 스테비아로 단 맛을 낸 음식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체에 흡수도 되지 않는 스테비아는 어떻게 설탕보다 건강한 단맛을 낼 수 있는 것일까요? 또 스테비아가 설탕보다 300배나 달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일까요? 감미료에 숨은 과학적 원리를 살펴보며 하나씩 알아가 봅시다!

감미료가 단맛을 내는 원리

감미료가 설탕처럼 단맛을 낼 수 있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인체가 단맛을 감지하는 과정에 대해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음식의 맛을 혀로 느끼는데, 혀에는 맛을 가진 분자들에 반응하여 뇌로 신호를 전달하는 미각세포가 있습니다. 각 세포에서 음식 속의 맛을 내는 다양한 분자들을 인식하는 부분을 미각 수용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미각 세포의 수용체들이 어떤 분자에 반응하는지에 따라 우리가 인식하는 맛이 달라지지요. 미각세포가 인지할 수 있는 맛에는 단맛, 쓴맛, 짠맛, 신맛, 감칠맛의 5가지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짠맛을 감지하는 미각 세포의 경우, 세포막의 나트륨 이온 통로를 통과한 나트륨 이온을 통해 활성화됩니다. 한편 신맛을 감지하는 미각 세포는 수소 이온 통로를 통해 수소 이온을 감지할 때 활성화됩니다. 때문에 우리는 나트륨이 많은 음식을 짠 맛으로, 수소 이온이 많은 탄산이나 레몬을 신 맛으로 느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단맛은 어떨까요? 수소나 나트륨 이온 통로를 수용체로 하는 신맛과 짠맛의 미각세포와는 달리, 단맛을 감지하는 미각세포에는 G-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가 있습니다. 이때 G-단백질이란 구아노신 뉴클레오타이드와 결합하려는 특징을 가진 단백질입니다. G-단백질은 구아노신과 인산이 '고에너지 인산 결합'이라는 화학 결합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GDP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때 구아노신에 인산이 2개 결합한 경우를 GDP, 인산이 3개 결합한 경우를 GTP라고 하며, 고에너지 인산 결합이 하나 더 많은 GTP의 화학 에너지가 더욱 높지요.
그림 2. G-단백질 수용체(GPCR)의 기작에 대해 소개를 위한 그림 자료

그런데 G-단백질 수용체가 특정한 화학물질과 만나면, G-단백질은 원래 연결되어 있던 GDP를 방출하고 GTP와 새롭게 결합합니다. 고에너지 인산 결합의 개수가 증가했기 때문에 G-단백질은 화학 에너지가 커지면서 활성 상태가 되고, 이로 인해 세포의 막 주변에 있는 이온 통로나 다른 단백질을 자극하여 세포 내부의 전기적 성질을 변화시키게 됩니다. 이러한 전기적 성질의 변화가 뉴런을 자극하고, 우리 몸은 ‘단 맛이 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G-단백질 수용체가 결합하는 화학물질을 ‘리간드’라고 부르는데, 단맛을 감지하는 미각세포의 수용체는 천연 감미료인 설탕, 과당 그리고 인공 감미료인 수크랄로스, 사카린 등의 다양한 분자들을 ‘리간드’로 간주해 반응합니다. 수소 이온이나 염화 이온과 같이 한 종류의 이온에만 반응했던 다른 미각 수용체와 달리 G-단백질에 다양한 분자들이 ‘리간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G-단백질의 입체 구조의 특징 상 이에 대응하는 특정 구조를 만족하는 분자들이라면 모두 결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천연 감미료의 분자와 유사한 입체구조를 가진 인공 감미료를 만들면 당 성분이 없더라도 단백질의 수용체와 결합할 수 있는 것이지요.

수크랄로스가 설탕보다 600배 달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앞서 감미료가 설탕처럼 단맛을 내는 이유를 알아보았는데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의문이 있습니다. 흔히들 합성 감미료를 소개할 때 '설탕보다 600배 더 단맛을 내는 수크랄로스' 와 같은 문구로 단맛을 강조하곤 하는데요, 이 600배라는 수치는 어떻게 측정한 걸까요?

 

대표적으로 수크랄로스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미각 세포가 활성화된 직후로 돌아가 봅시다. 미각 세포는 신호를 전달하는 감각세포로써 뇌로 신호를 전달하는 감각 뉴런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때 자극이 뇌까지 전달 되려면 일정 크기 이상의 전기적 자극을 가해주어야 하는데요, 자극의 크기는 분자가 G-단백질 수용체에 결합하려는 힘의 세기에 따라 결정됩니다. 화합물과 수용체는 보통 정전기적 인력으로 결합하며, 이 과정에서 이용되는 이온 분자의 전기적 결합력이 셀수록 수용체와 결합이 잘 일어나고, 수용체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강한 자극을 줍니다. 설탕은 G-단백질 수용체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수산화 이온(OH-)을 이용하고, 수크랄로스는 염화 이온(Cl-)을 결합에 이용하는데, 이때 염화 이온의 전기적 결합력이 수산화 이온보다 강해 G-단백질 수용체에 더욱 강하게 결합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단 맛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화합물의 최소 농도는 수크랄로스가 설탕의 600분의 1 정도이고, 따라서 수크랄로스가 설탕보다 600배 더 달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지요.

  • 그림 3. 수크랄로스
  • 그림 4. 수크로우스

스테비아는 인체에 흡수되지 않는다고?

최근 인체에 흡수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 인기를 얻은 스테비아도 G-단백질 수용체의 리간드로 작용하는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우리에게 달게 느껴지는 합성 감미료입니다. 그런데 스테비아의 구성 성분에는 인체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들어있는데, 스테비아는 왜 인체에 흡수되지 않는 것일까요? 그 원리는 바로 ‘글리코시드’라는 개념에 있습니다.


‘글리코시드’란 포도당과 같은 단당류가 다른 물질과 탈수 축합 반응을 한 결과로 생성된 새로운 화합물을 뜻합니다. 이 결합 과정에서 단당류에 결합하는 물질(아글리콘)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글리코시드가 생성되어 독특한 생리적 작용이 일어납니다. 식물이 식물 내에 당을 저장한다거나, 삼투압을 조절한다거나, 해독을 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등의 독특한 생리적 작용 역시 이 글리코시드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랍니다.

스테비아는 포도당이 '스테비올'이라는 물질과 탈수 축합 반응을 하여 생성된 ‘스테비오사이드’ 라는 성분으로 당을 저장하고 있는 식물입니다. 이때 스테비오사이드가 포도당의 입체 구조를 여전히 갖고 있기에 미각 세포의 G-단백질 수용체에 결합하게 되어 단맛을 내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글리코시드 결합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인 '글리코시다아제'가 인체에서는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스테비아’는 포도당이 결합된 화합물임에도 불구하고 인체에서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되는 것입니다.
천연 감미료와 비슷한 입체구조와 강한 결합력을 통해 우리의 미각 수용체를 속이는 합성 감미료의 원리!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칼로리 제로 음료들도 모두 이러한 감미료를 활용한 제품입니다. 이렇게 감미료를 활용하면 열량이 낮고 혈당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이나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체내에 흡수가 안되는 물질인 만큼, 많이 먹게 되면 복통과 같은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하니 유의해야겠지요? 무엇이든 과하게 섭취하지 않고 적당함을 유지하는 건강한 식습관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기사에서 더 흥미로운 주제로 또 만나요!
1)화합물의 수산화기(OH-)가 다른 화합물의 수산화기와 만나 물이 되어 빠져나간 후 결합하는 반응
자료출처
  • 김수연, GPCR 인간 단맛수용체 GPCR 인간 단맛수용체 hT1R2-hT1R3와 감미물질과의 상호작용 연구, 석사학위 논문. 중앙대학교, 2019
  • 정민경, “단맛 끝판왕 '스테비아 토마토', 효능 및 부작용은?” 문화뉴스 2021.04.06. 웹사이트. Accessed 2021. 4.26.
  • “글리코사이드.”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 Wikimedia Foundation, Inc. 2021년 2월 22일. 웹사이트. Accesed 2021. 4.26.
  • Bear MF et al., Neuroscience: Exploring the brain (4th ed.), Woolters Kluwer. 2014
  • Luo L, Principles of Neurobiology (1st ed.), Garland Science. 2015.
그림출처
그림 1. 전기연, "단마토, 다이어트 식품으로 GOOD!…부작용도 있다?", 아주경제, 25 June 2020, Accessed 26 April 2021.
그림 2. Raphael Alhadeff, et al. "Exploring the free-energy landscape of GPCR activation" PNAS 115.41 (2018): 10327-10332. Print.
그림 3, 4. PubChem, https://pubchem.ncbi.nlm.nih.gov Accessed 03 May 2021